싱가포르 교환학생 학기 중에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온 이후, 배낭여행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2주일이란 장기간 여행인 만큼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부족했던 사전조사를 더욱 철저히 진행하였고, 특히 교통수단이 이용 방법에 대하여 확인하였습니다. 조사 중에 우연히 WikiTravel.org이란 여행분야의 위키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일부는 오래된 정보라 신빙성이 떨어지더라도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더 많은 유용한 정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중 인터넷 접속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인 관계로, 여행 전에 모든 필요한 정보를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하는게 중요하였습니다.
2주일이란 긴 기간의 방학 전체를 여행으로 즐길 계획이었습니다. 목적지는 순서대로 캄보디아, 태국, 그리고 베트남으로 선정하였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의 쿠알라 룸프 국제공항(KUL)에서 비행기를 탑승합니다. 그리고 같은 방에서 살고 있는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이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바로 캄보디아에서 같이 돌아다니자고 제안하였고, 먼저 도착할 저는 우선 체크인을 하여 그가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약속하였습니다.
2주일이란 긴 기간의 방학 전체를 여행으로 즐길 계획이었습니다. 목적지는 순서대로 캄보디아, 태국, 그리고 베트남으로 선정하였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의 쿠알라 룸프 국제공항(KUL)에서 비행기를 탑승합니다. 그리고 같은 방에서 살고 있는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이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바로 캄보디아에서 같이 돌아다니자고 제안하였고, 먼저 도착할 저는 우선 체크인을 하여 그가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약속하였습니다.
2014년 12월 19일, 금요일
수업이 없는 금요일에 여행갈 채비를 마치고(배낭가방 하나) 교환학생들이 머무는 교내 아파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쿠알라 룸프 국제공항이 있는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 바로 위에 있는 나라로 대한민국 국적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합니다. 이미 싱가포르 현지인 친구들이 저희를 말레이시아로 데려간 적이 있어 국경을 넘어가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국경은 꽤나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이는 부유한 싱가포르로 넘어와 출퇴근하는 말레이시아 직원 및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싱가포르는 섬나라입니다; 즉,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국경은 육지가 아닌 넓은 강과 같은 바다로 정의됩니다. 그래서 국경을 넘어갈 때 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행이 일부 싱가포르 버스는 다리를 건너 말레이시아 국경소까지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미 국경소 통과 경험이 있는 저로써는 국경소에서의 입국심사 절차가 익숙하였고 덕분에 말레이시아에 무사히 입국하였습니다.국경소에는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당시 계획은 쿠알라 룸프 시내까지는 버스를 타고 공항행 기차로 환승하여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겁니다. 물론 국경소에서 쿠알라 룸프 국제공항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어찌 모든 여행 계획이 완벽할 수 있겠어요; 해당 계획에 문제가 있었던지 아니면 당시에는 그 계획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말레이시아 국경소에서 쿠알라 룸프 국제공항까지 가는데만 5시간 넘는 시간을 소비하였습니다. 거의 이동만 하는데 하루를 다 소비한 겁니다. 이제 저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탑승할 때까지 14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며 스스로 다독였지만, 여행 중에서 정말 지루한 하루였습니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나가서 할 것도 없었고, 도착한 시간은 오후이지만 비행기 출발 시간은 이른 아침인 관계로 최소한 두 끼니를 공항 내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공항 와이파이는 신호가 잘 잡히지 않지만, 그래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냥 잠으로 시간을 보내볼까 생각했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파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바닦이 딱딱하고 차가운 대리석이 아니기에, 저는 그나마 편해보이는 기둥에 등을 기대고 모자로 형광등 불빛을 가리며 잠을 청했습니다...라고 적고 싶지만 여전히 자기에는 불편하였습니다.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면 저는 일어나 공항 안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채웠는데, 이런 짓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어쩌다가 공항에서 겨우 잠이 든 저는 제가 설정한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깼습니다. 저의 지루한 14시간의 기다림이 끝이났고, 비행기를 탑승하여 06:50시에 캄보디아로 출발하였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지 비행기 좌석은 매우 편안하게 느껴졌으며, 곧바로 깊은 잠에 들었습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캄보디아의 씨엠립 국제공항(REP)에 도착하였을 때는 아침 07:50시였습니다. 탑승계단을 걸어내리면서 처음으로 목격한 것은 언덕 하나 없이 무한히 뻗쳐나가는 평야였습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봉우리 하나 올라온 것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은 70% 이상의 지형이 산이고, 미국에 살았을 때에는 드높은 로키산맥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분명 어딘가에는 산이 있었지만, 캄보디아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비행기에 내리면서도 신기하여 여러번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씨엠립 국제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입국심사대가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가격 30.00 USD의 도착비자를 구매할 수 있는 조그만한 카운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적은 캄보디아 무비자 입국이 아니지만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구매하여 최대 30일동안 입국이 허용됩니다. 카운터에서 도착비자를 구매하고 입국심사대로 다가갔습니다. 입국심사원이 저에게 입국심사서를 달라고 할 때, 저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비행기 이륙 후 승무원은 탑승객들에게 입국심사서를 나눠주는데, 저는 너무 깊게 잠이 들어서 입국심사서를 받지 못한 겁니다. 공항 주변을 둘러보아도 입국심사서는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때 입국심사원은 조용히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서는 네 손가락을 세웠습니다. 4.00 USD만 주면 바로 통과시켜주겠다는 신호입니다.
캄보디아는 부패가 많은 나라 중 하나에 속합니다. 이는 공공기관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데, 여행객들은 이를 목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입국심사대라고 합니다. 이미 많은 외국인 여행객들도 이를 경험하고 목격하였으며, 저는 그들의 여행 후기를 읽어 이러한 일을 겪을 것을 예상하였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는 제일 마지막으로 입국심사대를 통과시키는 참변을 겪은 여행객도 있었습니다. 저는 제 지갑에서 4달러를 입국심사원에게 주더니 자신이 직접 입국심사서를 작성하고 도장도 알아서 다 찍어서 처리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캄보디아에 입국하였습니다.
캄보디아를 입국하면서 처음으로 유심칩 판매소를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유심칩을 왜 파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였지만, 차후 여행에서는 유심칩은 저에게 거의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여행객 전용 유심칩의 활용도를 잘못 알고 있던 저는 무심코 판매소를 지나쳤습니다.
공항 밖에는 수많은 툭툭(Tuk-tuk; 공식명칭: 삼륜택시)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겪었던 택시 문제를 상기하며, 이번에는 조심스레 결정하였습니다. 우선 한 툭툭 운전사에게 시내까지 가격을 물어보았습니다. 운전사는 가격을 제시하지만, 저는 거절합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다른 툭툭 운전사에게 가격을 물어봅니다. 가격대가 동일하거나 높으면 근처에 또다른 툭툭 운전사에게 다가가 물어봅니다. 이번 툭툭 운전사는 앞에 있던 두 툭툭 운전사가 거절당한 것을 목격하여 대략 1.00 USD 낮춰서 가격을 제안하였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1.00 USD도 매우 큰 돈이지만, 제시 가격이 이미 최소 4.00 USD인 관계로 운전사들에게는 감안할 수 있는 가격입니다.
툭툭을 타고 시내로 가는데 대략 2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시내로 가는 길에 오른쪽에는 북한식당의 "평양랭면관"을 목격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북한이라고 자칭하면서 개점하지는 않았을 테니 실제 북한 음식점이란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한국인으로써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캄보디아에 있는 만큼 현지음식을 최대한 많이 즐기고 싶었습니다. 북한 식당은 미래에 북한을 방문할 날이 오면 먹기로 기약하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시내에 도착한 저는 타 프롬(Ta 호텔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비행기에서 2시간의 깊은 잠을 잤다 하여도 공항에서 불편하게 새벽을 보내서 생긴 피곤함은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방 문을 열고 포근한 호텔 침대로 가서 다시 잠을 청하엿습니다. 그렇게 저녁 때가 다가왔고, 저는 씨엠립 국제공항으로 돌아가 만나기로 한 교환학생을 환영하였고 시내에서 저녁을 먹어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캄보디아의 주요 목적지는 바로 앙코르 고고학 공원(Angkor Archeological Park)입니다. 옛 캄보디아인 크메르 제국 때의 수도가 바로 앙코르(Angkor)이며, 앙코르의 사원이 바로 앙코르 와트(Angkor Wat)입니다. 그러나 앙코르 고고학 공원은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거리가 멀고, 앙코르 내의 여러 유적지들을 가기 위해서는 교통수단이 필요합니다. 택시보다 저렴한 툭툭은 씨엠립을 돌아다니는데 매우 적합하며, 저희는 툭툭 운전사 한 명을 며칠간 고용하기로 합니다. 호텔은 강가 옆에 있었고, 강가 쪽에는 많은 툭툭이 고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한 툭툭 운전사에게 다가가 여행 계획을 알려주고 가격 흥정을 합니다. 적당선으로 가격을 조정한 저희는 툭툭을 타고 우선 앙코르 와트로 이동합니다.앙코르 고고학 공원에서 표를 구매하여 입장하였지만, 앙코르 와트까지 가려면 툭툭으로 5분 더 가야합니다. 좌우에는 나무밖에 보이지 않고 아스팔트 도로는 앞으로 곧게 뻗어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물가가 보이기 시작하였고, 툭툭은 물가를 건널 수 있는 다리 앞에 멈춰섭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앙코르 와트가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니 저희 앞에 펼쳐진 관경은 엄청났습니다. 시야가 탁 트인 넓은 들판에 검은 돌들로 세워진 건물은 인도네시아에서 보았던 프람바난 힌두 사원과 건축형식은 매우 비슷하나 그 규모는 어마하였습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말했던 앙코르 와트를 제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이 너무나도 감격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힌두 사원으로 지어진 앙코르 와트이지만, 동남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 앙코르 와트가 힌두교에서 불교 사원으로 개종되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앙코르 와트 통로와 기둥의 벽화 무늬 조각의 섬세함은 감탄스러웠습니다.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처럼 신화의 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처럼, 종교 사원의 벽화들도 그 종교의 한 이야기를 조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요. 인도네시아 여행에서도 불교와 힌두교 사원에는 벽화들이 가득하였는데, 점차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실로 이런 역사적 문화유산을 보러갈 때 문화재가 가지는 역사 및 어떠한 문화적 혹은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더욱 알고 싶어졌습니다.
앙코르 와트 구경을 마치고 앙코르 고고학 공원 내에 있는 앙코르 톰(Angkor Thom) 지역으로 툭툭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비록 앙코르 와트만큼 거대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앙코르 톰 내에는 크메르 제국의 여러 유적지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앙코르 톰의 출입구는 네 군대가 있으며, 그 중에서 앙코르 와트와 가장 가까운 남문으로 통해 들어갔습니다.
상당히 많은 유적지들이 있었지만 앙코르 와트에 비해 규모가 작고, 그 개수가 너무 많아 전부 둘러보기에는 무리인 관계로 대표적인 유적지 몇 개만 선정하여 앙코르 톰 구경을 금세 마쳤습니다. 비록 앙코르 톰 내의 각 유적지 구경은 길지 않았지만, 여러 유적지들을 보다보니 시간이 꽤나 지나 날이 조금씩 저물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오늘 여행의 마지막으로 툼레이더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타 프롬(Ta Prohm)으로 이동했습니다.
툼레이더 영화를 처음부터 본 적은 없으나, 툼레이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정글 숲 안에 있는 돌로 지어진 사원이 있었다는 장면은 기억이 납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저는 타 프롬 사원으로 걸어갔습니다. 타 프롬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보로 몇 분 걸어가야 하지만, 가는 길의 양옆에는 숲들로 우거져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타 프롬 입구는 일반 사원과 다를 바가 없었으며, 그 대신 이끼가 많이 끼어있는 것을 보아 더 오래되어 보이기에 탐험되지 않은 유적지 같은 느낌을 선사하였습니다. 입구를 통과하여 타 프롬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눈에 띄인 것은 나무가 사원 틈틈에 자라난 겁니다. 틈 사이에서 자라난 나무들 때문에 사원의 일부는 망가져 버렸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다른 유적지와는 색다르고 독특한 유적지가 되었습니다. 앙코르 와트를 제외한 다른 유적지를 보아서도,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고 툼레이더 영화의 촬영지로도 적합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타 프롬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사원들을 잠시 들러 구경도 하여 당일 여행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허기진 저희는 씨엠립 시내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특히 캄보디아는 주류가 매우 싸며, 맥주 세네 잔만 해도 1.00 USD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한국산 수입 소주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알코올 농도에 따라 가격을 매겨 주류가 비싼 싱가포르에 있던 저희는 캄보디아 맥주를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괜찮은 호프집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중후반의 한국인 여행객 부부를 만났습니다. 부부는 저랑 같이 다니는 교환학생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지만, 옆에 있던 저는 캄보디안 현지인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부부는 저에게 사과하였지만, 오히려 저는 한국인도 속일 수 있는 외모라고 생각해 뿌듯하였습니다.
한국인 부부는 매년 겨울 동남아로 떠나니 여행 경험은 저희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타지에서 한국인을 보니 서로 반가웠고, 부부는 저희에게 여행에 대한 팁과 조언들을 아낌없이 알려줬습니다. 그 중에서 저한테 가장 와닿은 조언은 숙소는 반드시 예약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숙소를 예약하면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지만, 예약하지 않아도 남는 방은 항상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미 동남아 여행을 위한 숙소 예약은 베트남을 제외하고 전부 완료된 상태라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지만, 이후 저는 정말로 부부의 조언이 맞는지 2017년 일본 여행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부부를 통해 캄보디아 내의 일부 상황도 알게 되었습니다: 툭툭 운전사가 공무원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번다는 겁니다. 미국 달러가 캄보디아 현지인들에게는 큰 돈이며, 툭툭 운전사들은 여행객들을 대접하며 기본적으로 달러로 돈을 받으니 제2의 직업으로 툭툭을 운전하는 현지인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달러(USD)가 캄보디아 통화인 리엘(KHR)보다 더 많이 취급되어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대부분 미국 달러 현금이 나옵니다. 캄보디아 리엘을 사용하긴 하지만 센트 취급을 받습니다.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다른 여행객들에 비해 툭툭 운전사한테 지불하는 돈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저와 교환학생은 툭툭 운전사한테 주는 돈이 너무 많은 거 같으니, 캄보디아가 팁을 받는 나라임을 고려하여 마지막 날에 서로 생각했던 만큼 주기로 한 팁보다 적게 주자고 결론지었습니다.
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다음날 아침, 저희가 고용한 툭툭 운전사는 저희를 위해 아이스박스 안에 물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첫 목적지는 톤레사프(Tonlé Sap) 수상 마을입니다. 수상 마을이라면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관경이므로, 교환학생도 마찬가지고 저도 매우 궁금했습니다. 앙코르 고고학 공원이 씨엠립 시내의 북쪽에 위치하면, 톤레사프 호수는 남쪽으로 가야 합니다. 앙코르 고고학 공원보다 거리가 멀다보니 교통수단 없이 가기가 매우 힘든 곳이므로, 최소한 툭툭은 반드시 필요합니다.톤레사프로 이동하는 길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로 바뀌었고, 저희가 타고 있는 마차는 개방되어 있고 오토바이 바로 뒤에 있으니 모래먼지가 저희 얼굴을 강타하였습니다. 저는 손수건으로 제 얼굴을 가렸고 옆에 있던 교환학생은 고개를 돌리던가 숙이면서 어떻게든 모래먼지를 피하려 하였습니다.
호수에는 수상 마을로 향하는 작은 선착장이 있습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이동하였습니다. 수상 마을로 통하는 물길은 강처럼 매우 넓었으며, 한 쪽에는 육지가 얕게 올라와 있어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멀리 갈수록 수상 가옥이 점차 한두 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육지가 드러나 있어 육상에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지만, 수상 마을로 이동 중에 호수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할 수 있는 길다란 콘크리트 막대 지표를 보고 놀라지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수의 수심이 꽤나 깊어질 수 있었으며, 육상에 집을 지엇더라면 집 전체가 잠길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였지만, 지금 여행기를 작성하면서 왜 이곳 주민들은 호수 지역에 거주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주민들이 호수에 살게 되었는지 기원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톤레사프 지역 주민들은 주로 벼 농사와 어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집트의 나일 강과 같이, 강우기로 인해 범람한 호수는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어 농사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톤레사프는 큰 호수인 만큼 여러 종의 수많은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주민들은 어업을 통해서도 끼니를 해결한다고 합니다.
물길을 따라 깊게 들어갈수록 수상 가옥의 수는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상상했던 수상 마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나무로 만든 수많은 수상 가옥들이 서로 밀집해 있어 작은 나무 판자를 다리로 삼아 가옥간 이동하거나, 아니면 코러클 배와 같은 1인용 작은 배에 앉아 노를 저어 이동하는 모습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캄보디아의 수상 마을들은 물길 양 옆에 있어 한 곳에 밀집되어 있지 않았으며, 가옥 간 이동수단으로 나룻배나 모터 보트를 이용합니다. 상상했던 수상 마을의 환상이 와르르 무너져내렸고 다른 수상 마을도 캄보디아의 수상 마을과 동일한지 의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본 수상 마을이라 신기한건 여전하였습니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제 앞에는 커다란 철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철탑에 증폭기와 안테나가 있는 것을 보아 통신 송신탑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철탑은 마치 이곳 수상 마을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설치된 것 같았습니다. 전공이 전자공학과이다 보니 남들이 신경쓰지 않을 송신탑이 유난히 제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사진을 한참 찍고 있던 저희를 태운 배는 어느 한 규모가 큰 수상 가옥 앞에서 멈췄습니다. 식탁 여러 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식당 겸 기념품 가계인 것으로 보였지만, 저희는 이곳에서 밥은 먹지 않고 시내에서 점심을 먹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고 그곳에서 바라본 경치는 무척 아름답지는 않지만 호수에 떠있는 여러 수상 가옥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경치를 즐기며 사진을 찍고 내려온 저희는 말린 악어 가죽이 매주처럼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념품 가계에서는 악어 가죽으로 만든 물건이나 기념품을 팔고 있었으며 가계 건너편에는 악어 가축장이 떡하니 있었습니다. 호수라는 지역이니 악어가 많을거란 것은 당연하지만, 수상 마을에서 악어를 가축처럼 가두고 상품화한 게 놀라웠습니다. 악어 가죽을 판다는 것은 이곳 식당에서 악어 고기도 판매한다는게 아닐까요? 확실하지 않지만, 기억 상으로는 악어 고기를 판다는 간판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수상 마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어로 적혀있는 건물이 보았습니다. 선착장에서 출발한 길에도 캄보디아 국기 옆에 태극기가 있는 수상 가옥이 보였는데 벽에는 "나눔의 쉼터"라는 한글이 크게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동남아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도 주변의 몇몇 한국 친구들로부터 단기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마 이런 봉사활동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외국에서 자신의 모국어나 문자를 본다면 반가워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체로 대놓고 아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나 상점의 마켓팅 전략인 경우가 대다수였고, 이를 통해 한국인들의 친근감을 이용하여 질 떨어진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할거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식당이나 상점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현지 문화를 더 체험해 보고 싶어 한글 간판의 상점 및 식당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선착장으로 돌아온 저희는 툭툭을 타고 앙코르 고고학 공원의 나머지를 구경하러 출발하였습니다. 막상 앙코르 고고학 공원으로 돌아갔지만, 대표적 유적지인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그리고 타 프롬을 이미 둘러보았고, 상당한 수의 나머지 유적지들은 훼손되었거나 복구 중이라 볼 거리는 많지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한 지인의 평을 인용하자면 돌 구경하러 온 거 같다는 말이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호수 위에 낮은 나무 다리가 놓여진 아름다은 경치의 니크 핀(Neak Pean)과 앙코르의 석양이 아름답다는 프놈 바켕(Phnom Bakheng)에서는 좋은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저랑 같이 다니던 한국인 교환학생이 캄보디아를 떠나는 날이 됐습니다. 싱가포르로 돌아가는지, 아니면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는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하지 못한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들어가서 가격표를 보았을 때 캄보디아 가격도 그렇게 싸다는 정도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간단하게 발 마사지만 받기로 했습니다.저는 마사지를 받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마사지를 하는 사람이 잘 못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런 마사지를 받는게 익숙치가 않아서 입니다. 의자에 등을 기다면서 최대한 편안하게 있으려고 했지만 다리에 오일을 발라 만지작거리는 게 저에게는 간지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발 마사지를 하면서 발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랑 같이 다니던 교환학생은 의자에 편안하게 앉으면서 마사지를 받는 동안 저는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마사지 하는 여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불편한 마사지가 끝나고 점심을 먹은 뒤, 저는 교환학생과 헤어졌습니다. 한국인 교환학생은 공항까지 가는 툭툭을 잡을 때까지 마중나와 주었으며, 그가 툭툭을 타고 떠난 것을 보고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홀로 여행이 시작되었으나, 이미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보고 싶은 것은 거의 다 본 거 같아 어디로 갈지 목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제 방으로 돌아가 그냥 인터넷으로 다음 여행 국가 목적지나 유의사항 등을 조사하기만 하고 뒹굴뒹굴 놀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후회스러운게 바로 악어 고리를 먹어보지 않은 겁니다.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악어 고기인데, 한국의 삼겹살처럼 넓적한 불판에 양을 많이 주는 식당을 고집하다가 결국 악어 고기는 입에도 가져다대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비싼 돈 주고 먹어보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는 문화인 만큼 현지에서 돈이 들더라도 가능하면 체험해 보라고 다른 여행객들에게 조언합니다.
2014년 12월 24일, 수요일
비시시하게 일어난 저는 점심 때가 다가오면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랜 전에 다녀온 여행이라 음식 이름이 무엇인지 그리고 맛은 어떠하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맛은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시내에서 할 것은 없고 어디 다른 곳을 둘러보기에도 시간이 애매한 관계로 저는 씨엠립 국제공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고용한 툭툭을 불러 공항으로 돌아가 약속한 비용을 지불하였고, 교환학생과 토의한 대로 팁을 적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툭툭 운전사는 팁이 너무 적다며 더 달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저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팁이란 것은 고객이 직원으로부터 받은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였는지에 따라 주관적으로 지불하는 겁니다. 비록 어렸을 적이지만 미국에 살았을 때에도 직원들이 팁을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으나 캄보디아에서는 팁의 정의가 심하게 변질된 거 같으며 그냥 VAT라고 말해도 별 다를게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달러는 더이상 없다고 핑계를 대었고, 운전사는 팁이 너무 적다며 더 달라고 요구를 계속 하였습니다. 결국 뒤에 있는 차가 빨리 가라며 경적을 울리니 툭툭 운전사는 팁을 더 받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팁은 더 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의 팁에 대하여 당연하게 생각하는 방식이 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후진국이니까 그정도 돈을 줄 수 있지 않느냐 혹은 그들의 문화니까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인터넷을 통해 그들에게 얼마 정도의 팁을 주면 되는지 확인을 하고 고려하여 지불한 것으며, 운전사의 태도는 팁이라는 핑계로 여행객들에게 돈을 더 받으려는 수작이나 다름 없었고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공항으로 들어간 저는 다시 시내로 돌아갈까 생각에 빠졌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아디수십토 국제공항만 해도 앉을 곳과 무언가를 사 먹을 수 있는 상점이라도 있었지만, 씨엠립 국제공항의 체크인 카운터는 깔끔하기만 하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벤치나 의자도 없어 다른 여행객들도 바닥에 앉아서 체크인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마 두세 시간 정도를 기다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체크인 수속을 밟았고 저는 드디어 21:45시 출발 비행기에 탑승하여 다음 여행 국가인 태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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